오늘은 애버넬 앱스의 <미스 일라이저의 영구 주방>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작가 애너벨 앱스가 현대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이라는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입니다.
줄거리
이 책에는 두 여성, '일라이저 액턴'과 '앤 커비'가 나옵니다. 작품 전개도 일라이저와 앤 입장에서 번갈아 서술되며 진행됩니다.
일라이저 액턴은 중류층 출신으로 프랑스 유학까지 밟은 엘리트 여성입니다. 일라이저는 시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당시 있는 집안의 여성이 시를 쓴다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일라이저는 출판사에 들르지만 차갑게 거절당하고, 요리책을 써오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던 찰나 일라이저 아버지는 파산하게 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강압적이고 고지식한 어머니와 단둘이 보트하우스를 빌려 하숙집을 운영하게 됩니다. 그녀는 프랑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마치 시를 작성하는 심정으로 요리 레시피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하층민인 앤 커비는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 가족들을 부양하고자 일라이저 액턴의 하숙집 하녀로 취직하게 됩니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앤은 요리에 소질이 있습니다. 앤은 일라이저와 함께 하숙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요리책 집필을 위해 함께 레시피를 만들어 갑니다.
앤과 일라이저는 나이와 신분을 뛰어넘어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누며, 자아를 찾아갑니다. 앤과 일라이저는 오해와 서운함으로 멀어지게 되지만 일라이저의 요리책이 앤에게 전해지면서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이어집니다.
쏭잉차의 주관적 감상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에 대한 저의 주관적 감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일라이저 액턴은 현대 요리책의 기틀을 마련하여 많은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일라이저의 요리책은 재료의 정확한 계량과 재료 이외에 조리 시간과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관찰하여 기록한 최초의 책입니다. 음식 역사가 월리엄 시트웰에 의하면 그녀의 책은 처음으로 싹양배추 레시피를 다뤘다고 합니다.
일라이저는 실제로 요리책 집필 이외에도 희곡 작가, 시인 등 문학에도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일라이저는 참 다재다능한 여성인 것 같죠?
시처럼 아름다운 레시피
일라이저는 사람들이 소설이나 시처럼 즐거움을 얻으려고 요리책을 읽는 날을 꿈꿉니다. 그녀는 이를 위해 프랑스에서 맛보았던 음식 맛을 되짚어 보며 영국 요리를 업그레이드시킵니다.
훈연한 오소리 궁둥이살, 포도 잎에 싼 비둘기구이, 바삭한 파슬리 튀김을 곁들인 농어살, 스펀지케이크, 빵 등 식전 요리부터 주메뉴, 디저트까지 군침 도는 레시피를 만듭니다. 강렬하고 풍미 있는 레시피가 나와 맛있는 상상을 하면서 읽었답니다.
그녀는 앤과 함께 하루종일 레시피를 생각하며, 프랑스 셰프에게 조차 인정받는 요리사로 거듭납니다. 레시피를 작성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서술되어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두 여성의 우정과 자아실현
일라이저와 앤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진실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당시 주인과 하녀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는 친근함과 다정함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당시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죠?
일라이저는 아버지의 파산과 여성 시인에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 하지만, 앤과 함께 요리를 하며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개척해 나갑니다. 소심하던 앤 역시 일라이저와 요리를 하며 자신감을 얻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는 여성으로 자라게 됩니다.
요리라는 공동 매개체로 우정을 나누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두 여성의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일라이저는 영국의 젊은 주부들에게 자신의 요리책을 헌정합니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레시피로 만든 음식만큼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있을까요?
요리책을 보며 어떤 요리를 만들까 고르는 설렘과 완성된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며 음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궁금하다면 👇
'독서노트📖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리자베스 개스켈 [북과 남] 줄거리 감상 사회 계급 대립과 화합 남녀 사랑 (0) | 2023.06.28 |
---|---|
이민진 [파친코] 줄거리 감상 우리 민족 역사 일대기 민족의 정체성 (0) | 2023.06.15 |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단순한 이야기] 모녀의 대조적인 삶의 방식 (0) | 2023.05.18 |
에밀 졸라[돈]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과 파멸 (0) | 2023.05.12 |
어니스트 헤밍웨이[무기여, 잘 있어라] 전쟁의 참혹함 허무주의 인류애 회복 (2) | 2023.05.09 |
댓글